'리서치와 아카이브를 통해 재발견되는 일상'이라는 미션으로 리서치브를 운영하고 있는 박소진 대표를 리플로우에서 만났습니다.
정식 개관 전에, 리서치브에서는 박정근 작가님의 《할머니, 무슨 과일 좋아하세요.》가 12월 20일까지 전시되고 있습니다. 2018년의 4·3 70주년 기념식 '옛날사진관' 프로젝트 이후 유가족과의 인터뷰에서 "할머니 무슨 과일 좋아햄수꽈"라고 물을 수밖에 없게 된 과정을 전달하고 있다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리서치브 인스타그램(@researchi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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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표님과 리서치브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사진과 기록학을 전공했고, 얼마 전까지 메모리플랜트(구.기억발전소)라는 회사를 공동 운영하다 새롭게 ‘리서치브’를 열었습니다. 메모리플랜트를 9월 30일 자로 마무리하면서, 기존의 공간을 사람들의 개별적인 기억이나 기록을 정리하고 전시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을 안에서 작은 개인기록관을 운영해 보면 어떨까 했고, 그게 바로 리서치브가 되었습니다.
대표님은 아키비스트(기록물의 보존을 담당하는 전문가)라고 소개되시던데, 아키비스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아키비스트는 제가 좋아하는 단어예요. 직업적으로 저를 소개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늘 동경하게 되는 단어이기도 해요. 좋은 아키비스트란 어떤 것일까, 사람들에게 아카이브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어요.
한국 사회가 급성장 하다보니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유용한 기록들이 무엇인지 돌아볼 여유가 없이 지내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저희 부모님과 조부모님 세대에서요. 그래서 그분들의 기록이나 기억을 정리하는 민간 아키비스트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 개개인의 인생에서 어떠한 것들이 중요하고 소중한지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 모든 삶이 특별하더라고요. 사람마다 갖고 있는 기억과 기록이 다르고, 같은 상황 속에서의 동일한 기록이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할 때의 좋은 아키비스트는 적합한 의미를 찾아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리서치브에서 진행 중인 《할머니, 무슨 과일 좋아하세요.》 는 어떤 전시인가요?
전시 제목에 할머니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사실은 4.3 유가족분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전시 중인 분은 박정근 작가님이신데요, 제주에 계시다보니 4.3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고, 유가족분들과 만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초상과 관련된 사진을 찍어드리기 시작했는데, 그 사진들이 바로 그분의 4.3 작업 시작점이 되었어요.
일반적으로 미술, 혹은 예술이라고 칭하는 작품들은 미술관에 걸어 놓잖아요. 완성된 하나의 작품으로서 바라보게 되는데, 리서치브에서 원하는 것은 완성품이 되기 전의 모든 과정에 있어요.
완성된 작품이 되기 전의 여러 자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탄생하는 이미지를 좀 더 관심 있게 바라봐주셨으면 해요. 이 작가는 어떻게 이 작품을 선택하고 만들어 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작가로서의 성장을 했는지 등 흐름과 맥락을 알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리서치브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도 ’진행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요. 사람은 완성된 삶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해요. 완성된 삶이라면, 그건 바로 죽기 직전이잖아요. 그 삶을 사는 과정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 과정 자체가 중요한 거고, 그 흐름을 즐기며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도 한 사람, 한 개인이기에 인간적인 시선으로 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어요. 메모리플랜트에서는 책의 형태로 개인의 삶을 정리했다면, 현재의 리서치브 공간에서는 전시나 낭독 혹은 워크숍 등 다양한 형태의 개인 기록들을 만나고 싶어요.
《할머니, 무슨 과일 좋아하세요.》 이후 예정되어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연계 프로그램으로 마을 분들의 삶을 기록하는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리처리브 건물이 1974년 정도에 지어진 일반적인 단독주택 건물인데, 그 건물을 고칠 때 문서들이 많이 나왔어요. 건물 계약서라든지 영수증, 도면 같은 거요. 문서들을 보면 이 건물을 만든 사람들은 누구고,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확인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보통 중요 무형문화재나 유명한 건축가들의 건축물이 사람들의 이목을 받고,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 주택은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범해 보이지만 분명 각각의 개성을 품고 있는 단독주택을 모두 모아 기록물로 전시하면 좋겠어서 마을 분들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는 단계에 있습니다.
앞으로 리서치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리서치브는 ‘research’와 ‘archive’, 두 단어를 이어 붙인 이름이에요. 두 단어를 연결해 주는 ‘arch’는 말 그대로 ‘연결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어요.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건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건데, 리서치브를 방문해 주신 분들이 리서치브에 기록된 기억들과 연결되어 기억의 주인들과 가까워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오래 지속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보통의 전시장은 매번 전시가 바뀌며 진행되는데 리서치브는 연구를 하기도 하고,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는 가변적인 공동체예요. 리서치브의 본질이 전시 공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특성이 존재하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대표님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행복했던 기억, 인상 깊었던 기억, 잊지 않고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제가 소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억은 ‘당장, 오늘’이에요. 오늘 날씨가 많이 춥잖아요. 옛날에 저희 집도 정말 추웠거든요. 등교하기 전에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너무 추운 거예요. 그래서 엄마께서 항상 제가 자고 일어나는 이불 밑에 교복을 깔아두셨어요. 바닥이 따뜻하니까요. 그런데 오늘 그게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굳이 기록을 하지 않아도 공간감에 대한 자연스러운 기억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아이러니하게 저는 실존하는 기록을 관리하는 사람인데, 사실 정말 소중한 기억들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더라고요. 예로 들어 그 공간만의 향기 같은 거요. 그래서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은 것들을 기록 해내는 것에 더 관심을 두게 되는 것 같아요.
기록을 한다는 건 현재의 나를 위한 일이에요.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되기도 하겠지만요. 나의 기록들을 되돌아보면서 과거를 이정표 삼아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해요.
대표님께 '기억'과 '기록'은 어떻게 정의되나요?
'기억'은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 '기록'은 말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것이에요.
리플로우는 대표님께 어떤 공간으로 기억이 될까요?
저는 d룸일 때의 이 공간도 무척이나 좋아했었어요. d룸이 리플로우가 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어요. 좋은 공간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다양하게 활용되었으면 했는데, 리플로우가 이 부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리플로우 바로 앞에 바다가 있잖아요. 우리 모두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온 사람들이지만, 여기서 이렇게 만난 것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의 이름이 리‘플로우’인 것도 좋아요.
당신의 RE:FLOW 리플로우란 ?
'사람'이요. 사람에 몰입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사람과 연결되고 그 관계 속에서 시너지가 생길 때 새로운 창조를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리플로우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리서치와 아카이브를 통해 재발견되는 일상'이라는 미션으로 리서치브를 운영하고 있는 박소진 대표를 리플로우에서 만났습니다.
정식 개관 전에, 리서치브에서는 박정근 작가님의 《할머니, 무슨 과일 좋아하세요.》가 12월 20일까지 전시되고 있습니다. 2018년의 4·3 70주년 기념식 '옛날사진관' 프로젝트 이후 유가족과의 인터뷰에서 "할머니 무슨 과일 좋아햄수꽈"라고 물을 수밖에 없게 된 과정을 전달하고 있다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리서치브 인스타그램(@researchive.kr)
텍스트를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과 리서치브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사진과 기록학을 전공했고, 얼마 전까지 메모리플랜트(구.기억발전소)라는 회사를 공동 운영하다 새롭게 ‘리서치브’를 열었습니다. 메모리플랜트를 9월 30일 자로 마무리하면서, 기존의 공간을 사람들의 개별적인 기억이나 기록을 정리하고 전시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을 안에서 작은 개인기록관을 운영해 보면 어떨까 했고, 그게 바로 리서치브가 되었습니다.
대표님은 아키비스트(기록물의 보존을 담당하는 전문가)라고 소개되시던데, 아키비스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아키비스트는 제가 좋아하는 단어예요. 직업적으로 저를 소개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늘 동경하게 되는 단어이기도 해요. 좋은 아키비스트란 어떤 것일까, 사람들에게 아카이브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어요.
한국 사회가 급성장 하다보니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유용한 기록들이 무엇인지 돌아볼 여유가 없이 지내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저희 부모님과 조부모님 세대에서요. 그래서 그분들의 기록이나 기억을 정리하는 민간 아키비스트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 개개인의 인생에서 어떠한 것들이 중요하고 소중한지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 모든 삶이 특별하더라고요. 사람마다 갖고 있는 기억과 기록이 다르고, 같은 상황 속에서의 동일한 기록이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할 때의 좋은 아키비스트는 적합한 의미를 찾아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리서치브에서 진행 중인 《할머니, 무슨 과일 좋아하세요.》 는 어떤 전시인가요?
전시 제목에 할머니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사실은 4.3 유가족분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전시 중인 분은 박정근 작가님이신데요, 제주에 계시다보니 4.3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고, 유가족분들과 만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초상과 관련된 사진을 찍어드리기 시작했는데, 그 사진들이 바로 그분의 4.3 작업 시작점이 되었어요.
일반적으로 미술, 혹은 예술이라고 칭하는 작품들은 미술관에 걸어 놓잖아요. 완성된 하나의 작품으로서 바라보게 되는데, 리서치브에서 원하는 것은 완성품이 되기 전의 모든 과정에 있어요.
완성된 작품이 되기 전의 여러 자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탄생하는 이미지를 좀 더 관심 있게 바라봐주셨으면 해요. 이 작가는 어떻게 이 작품을 선택하고 만들어 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작가로서의 성장을 했는지 등 흐름과 맥락을 알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리서치브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도 ’진행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요. 사람은 완성된 삶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해요. 완성된 삶이라면, 그건 바로 죽기 직전이잖아요. 그 삶을 사는 과정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 과정 자체가 중요한 거고, 그 흐름을 즐기며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도 한 사람, 한 개인이기에 인간적인 시선으로 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어요. 메모리플랜트에서는 책의 형태로 개인의 삶을 정리했다면, 현재의 리서치브 공간에서는 전시나 낭독 혹은 워크숍 등 다양한 형태의 개인 기록들을 만나고 싶어요.
《할머니, 무슨 과일 좋아하세요.》 이후 예정되어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연계 프로그램으로 마을 분들의 삶을 기록하는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리처리브 건물이 1974년 정도에 지어진 일반적인 단독주택 건물인데, 그 건물을 고칠 때 문서들이 많이 나왔어요. 건물 계약서라든지 영수증, 도면 같은 거요. 문서들을 보면 이 건물을 만든 사람들은 누구고,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확인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보통 중요 무형문화재나 유명한 건축가들의 건축물이 사람들의 이목을 받고,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 주택은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범해 보이지만 분명 각각의 개성을 품고 있는 단독주택을 모두 모아 기록물로 전시하면 좋겠어서 마을 분들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는 단계에 있습니다.
앞으로 리서치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리서치브는 ‘research’와 ‘archive’, 두 단어를 이어 붙인 이름이에요. 두 단어를 연결해 주는 ‘arch’는 말 그대로 ‘연결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어요.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건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건데, 리서치브를 방문해 주신 분들이 리서치브에 기록된 기억들과 연결되어 기억의 주인들과 가까워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오래 지속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보통의 전시장은 매번 전시가 바뀌며 진행되는데 리서치브는 연구를 하기도 하고,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는 가변적인 공동체예요. 리서치브의 본질이 전시 공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특성이 존재하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대표님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행복했던 기억, 인상 깊었던 기억, 잊지 않고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제가 소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억은 ‘당장, 오늘’이에요. 오늘 날씨가 많이 춥잖아요. 옛날에 저희 집도 정말 추웠거든요. 등교하기 전에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너무 추운 거예요. 그래서 엄마께서 항상 제가 자고 일어나는 이불 밑에 교복을 깔아두셨어요. 바닥이 따뜻하니까요. 그런데 오늘 그게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굳이 기록을 하지 않아도 공간감에 대한 자연스러운 기억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아이러니하게 저는 실존하는 기록을 관리하는 사람인데, 사실 정말 소중한 기억들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더라고요. 예로 들어 그 공간만의 향기 같은 거요. 그래서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은 것들을 기록 해내는 것에 더 관심을 두게 되는 것 같아요.
기록을 한다는 건 현재의 나를 위한 일이에요.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되기도 하겠지만요. 나의 기록들을 되돌아보면서 과거를 이정표 삼아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해요.
대표님께 '기억'과 '기록'은 어떻게 정의되나요?
'기억'은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 '기록'은 말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것이에요.
리플로우는 대표님께 어떤 공간으로 기억이 될까요?
저는 d룸일 때의 이 공간도 무척이나 좋아했었어요. d룸이 리플로우가 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어요. 좋은 공간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다양하게 활용되었으면 했는데, 리플로우가 이 부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리플로우 바로 앞에 바다가 있잖아요. 우리 모두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온 사람들이지만, 여기서 이렇게 만난 것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의 이름이 리‘플로우’인 것도 좋아요.
당신의 RE:FLOW 리플로우란 ?
'사람'이요. 사람에 몰입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사람과 연결되고 그 관계 속에서 시너지가 생길 때 새로운 창조를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리플로우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